부조리한 덩어리_2012_송은아트스페이스
부조리한 덩어리
입 속에 손가락을 넣고 미끄러지는
목젖을 몇 번의 시도 끝에 잡아낸다.
잠시 숨고르기를 한 후 힘껏 잡아당기자
기도의 질긴 몸통과 미지근하게 식어버린
장기들이 뒤를 따라 올라온다.
소화되지 못한 것들의 비린 냄새 사이에
끼어버린 심장도 목구멍을 넘어간
알사탕이 올라오듯 톡 하고 넘어온다.
여러 개의 문이 사열한 긴 복도
아물지 못 할 토사물을 밟아 지나며
몇 번이고 미끈거림에 휘청였지만 덜 비워진
몸은 오뚝이처럼 중심을 잡아낸다.
복도 끝에 제자리를 맴도는 계단과 창문이 있고
창 밖에는 한 때 벌겋게 발기되던 깃발이 바닥에
머리를 대고 할 일 없는 새들에게 짓밟히고 있다.
창밖 풍경은 쉽게 눈치 챌 수 있을 만큼 반복적으로
축소되어 더 이상 깃발도 새들도 구분되지 않는
풍경 앞에서 끝이 난다.
그리고 마주한 투명한 칼을 물고 있는 철문
손등을 배며 저항하는 날카로운 칼날을
몸으로 받으며 너머선 옥상에서 계속된 반복으로
이제 아무도 그 존재를 눈치 채지 않는 태양이
방수를 위해 덧칠해 놓은 초록색 페인트를
추행하고 있다.
그림자조차 만들어 내지 않는 그 집요함의 옆을
지날 때 나는 손으로 입을 막고 이 몸의 무게가
태양의 그것과는 다름을 발끝으로 옮겨가며 변명하고
섬처럼 버려진 회색 시멘트블록에 올라선다.
2012년 6월 천 성 명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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